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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의 신약 ‘우황청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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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0-20 11:20 조회5,9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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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의 신약 ‘우황청심환’

"열 받는 세상에 우황청심환은 좋은 약이나 최근의 청심환은 우리가 근심하는 만큼 강하거나 공격적이지는 않다.”

궁중에서는 구급약으로 쓸 환약을 만드는 것도 날을 정한다. 이 날을 납일이라고 하며, 동지가 지난 후 세 번째 술일이다. 내의원에서 만들면 왕이 가까운 신하에게 선물로 하사하는 일이 잦았다.

최고의 인기품목은 바로 우황청심환이다. 기사회생의 신약으로 인기가 높았다. 세종 22년 승정원에서 내의원이 아닌 다른 곳의 제작을 문제삼는다. “청심환을 의정부, 육조, 의금부 등에서 제작하여 집집마다 그것을 간직하니 혜민국, 전의감에서 만든 것들은 다 팔리지 않는다”고 투덜거린다.

대부분이 우황청심환은 중국이 원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김조순이 지은 열양세시기에는 이 사실을 증명하는 대목들이 있다. “북경 사람들이 사신으로 왔을 때 최고 인기품목은 우황청심환이다. 우리나라의 사절로 오면 왕공부터 귀인에 이르기까지 앞을 다투어 이것을 얻으려 했다. 왕왕 그 성화에 못이겨 약방을 전수해도 만들 수 없다. 기이한 일이다. 어떤 사람은 연경에는 우황이 없고 낙타황으로 대용하기에 설사 약방에 따라 만들어도 효능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우황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타황이라고 하여 낙타황도 있는데 이것은 기록에 따르면 쉽게 얻을 수 있다. 중국지역이 넓다보니 이외에도 우과(牛科)가 여러 가지 있다. 야크종류도 우과에 속해 우황을 얻을 수 있으며 물소종류에서도 얻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품질은 역시 누런 황우며 우리나라의 품질이 최상품이다. 삼국사기에도 신라에서 인삼과 더불어 외국과의 수호선물로 중요하게 선사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황은 어떤 약물일까. 소의 담낭, 담관 속에 생긴 결석이다. 본경소증에서는 생성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봄철에 전염병(바이러스성)이 돌면 소도 독을 마신다. 독은 육체와 정신의 빈곳으로 공격한다. 소는 튼튼한 육체와 고삐가 낀 순종하는 마음으로 틈이 없으며 오히려 자신의 정기를 모아 독을 진압한다. 독은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며 내부에서 응결한다. 이런 힘의 정수가 우황이다. 이 튼튼한 힘의 정수는 정서장애나 열성경련을 치료한다.”

우황이 든 소를 어떻게 구별할까. “소 몸속에 우황이 있으면 밤에 몸에서 빛이 나고 눈에 핏발이 있으며 수시로 반복해서 울고 사람을 두려워하며 물에 자기 모습을 잘 비춘다. 동이에 물을 받아서 소한테 대주면 웩웩거리다가 물에 우황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필요하면 우황이 있는 소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우황을 구하기 위해 쇼를 벌리는 왕도 있었다. 바로 숙종이다. 숙종은 원래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자신의 병이 심해지자 재위 39년 생우황을 대궐 안으로 들이라고 명한다. 수백두의 귀한 소가 도살되고 그래도 우황은 구해지지 못하는 촌극으로 부교리 홍우서가 만류하는 상소를 올린다.

또 한사람의 마니아는 정조다. 홍제전서 일득록에 기록된 것을 보면 우황이나 금은화 따위를 먹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라고 할 정도였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방법은 약물성질에 근거한다. 지방은 가장 침투 분해하기 힘든 것이다. 담즙은 본래 인체에서도 지방 속에 침투해 분해한다. 소의 농축된 담즙은 침투력이 가장 강하다. 엄지 손톱에 침을 묻혀서 손톱에 그으면 손톱 속으로 약물이 침투해서 지워지지 않는다.

우황청심환의 기원은 태평혜민화제국방이라는 책에서 기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의보감의 처방을 기준으로 하는데 약량이나 약물 구성이 차이가 약간씩 있다.

약량에서는 동의보감이 화제국방의 십분의 일 정도 양이고 약물 구성에서는 경면주사가 첨가되어 심신의 안정작용이 강화되었다. 이 점은 허준 선생이 본초휘언이라는 책을 참고하였다. “우황은 심을 치료하는 약물이지만 주사와 함께 쓰면 안정시키는 기능이 더욱 커진다”로 기록되어 있다. 구성약물은 29가지에 이를 정도로 많다. 대부분 구급약으로만 알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는 않다.

크게 보면 세 가지 처방을 합해서 만든 것인데 대산여원중(산약·감초·천궁·행인·맥문동·방풍·백작약·백출·백복령·시호·길경·신곡·당귀·대두황권·계피)과 자감초탕중(감초·생강·계지·대추·인삼·맥문동·아교)과 구미청심원중(포황(부들)·서각·황금·우황·영양각·사향·용뇌·석웅황·금박)이다. 대산여원은 질병 후에 기가 회복되지 않았을 때 쓰는 보강의 약물이고 자감초탕은 심장의 힘이 떨어져 생기는 부정맥에 사용하는 처방이여서 공격적이지 않다.

최근에 중독성이 있는 약물은 모두 제외되었다. 여기서 중금속으로 알려진 석웅황과 주사의 사용은 금지되었으며 서각은 코뿔소의 뿔인데 포획이 금지되어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 중국의 청심환은 구미청심원의 처방만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열 받는 세상에 우황청심환은 좋은 약이다. 최근의 청심환은 우리가 근심하는 만큼 강하거나 공격적이지는 않다.


서울시 갑산한의원 이상곤 원장
신문게재일자 201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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